벤야민식 사유? ㅋㅋㅋ
신기한 경험.
아침 눈 뜨자마자 스탠드 전등만 켜고 아이폰을 열어서 조회하다 보니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들이 아니다> 라는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http://blog.daum.net/neolnp/10004600
알다시피, 저는 나꼼수에 대한 우려가 많은 편이죠. 그래서 "나꼼수, 또 한 건 하셨구먼" 이라고 혀를 차며 끝까지 읽은 후 다시 여자 비키니 사진으로 올라와서 가만히 보고 있는데....
우왕, 신기하게도, 파노라마처럼 여러가지 단상들이 주루룩 이어지는 겁니다. 침대에 누워 아이폰이란 조그만 매체 속 비키니 사진을 쳐다보며 복잡하게 단상들을 이어나갔죠. 아니, 저절로 연결되더군요. 족히 30분을 그랬나봅니다.
혹시 이거, 벤야민식 사유 방식? ㅎㅎㅎㅎㅎ
전에, 벤야민이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을 보며 사유를 펼쳐나갔다는 글을 올렸었죠. 저는 좀 뭣합니다만 여자 가슴 사진을 보며 사유를...ㅎㅎ ..... 저야 뭐 '사유'란 단어를 쓸 형편도 안됨니다만....^^
여하튼, 까먹기 전에 컴퓨터를 켜놓고 생각들을 정리해 봅니다. 순차적이나 논리적으로는 정리하긴 힘든데, 대강 제가 했던 걸 끼워 맞춰봅니다. 제가 나름대로 의미 규정했던 건 너무 유치찬란하니 과감하게 생략하고, 인물을 중심으로 개요만 언급하죠.
- 아도르노 : 가슴과 연관되어 제일 먼저 떠 오른 건 아도르노. 대학교수였던 아도르노와 동료 (조교?)였던 하버마스가 "좌파 파시즘"이나 "맹목적 행동주의"등의 표현을 쓰며 학생 운동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때 운동권 학생들에게 치뤘던 곤욕. 어느 날 수업 중 몇몇 운동권 여학생들이 아도르노를 에워싼 후 웃통을 벗고 가슴을 드러내어 아도르노를 희롱하는 그 유명한 '젖가슴 시위'.
- 석궁 교수 : 이 젖가슴 시위가 벌어진 날이 결국 아도르노의 마지막 수업날이 되었던 터라, 요즘 수업을 하지 못하는 석궁교수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 게릴라 걸스 : 고릴라 가면을 쓰고 비키니를 입고 활동을 하는 페미니즘 미술 단체인 게릴라 걸스를 떠올리며 이런 저런 생각.
- 벤야민 : 아도르노는 저에겐 항상 벤야민으로 연결됩니다. 마침 어제 <부러진 화살>에 대해 영화평을 쓰겠노라고 댓글 달았던 터라, 벤야민 이론 중에 참조할 것 없나를 한참 고민. "영화에서는 개개인의 반응이 집단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식의 이론을 기억해내고 다시 고다르와 에이젠슈타인을 연결시켜 이런 저런 생각.
- 쇤 베르크 : 아도르노가 높게 평가했던 쇤 베르크가 떠오르자마자, 쇤 베르크의 극히 보수적인 정치 성향이 떠오르고,
- 정명훈 : 최근 역시 보수적 성향을 보였던 서울시향의 정명훈으로 해서 이런 저런 생각. 음악과 인문학과의 관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김상수식 글쓰기에 대한 짜증 잠깐.
- 존 레논 : 음악과 인문학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다 보니 페미니즘과 좌파적 성격이 두드러졌던 존 레논 생각.
- 오노 요꼬 :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꼬의 작품 생각. 오노 요꼬를 떠올리니 뉴욕의 어느 박물관에서 봤던 전위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그리고 오노 요꼬와 폴 메카트니의 갈등 (페미니즘? 질투? 등)에 대한 생각 잠깐.
- 시규어 로스: 비틀즈의 또 한 멤버인 폴 메카트니의 달콤한 음악 풍을 떠올리다 보니, 폴 메카트니의 달콤함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시규어 로스의 쉰(?) 음악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예컨데, 사람이 만든 예술 중 가장 사람에게 속하지 않는 예술이 바로 음악이 아닐까 하는...식의
대략 이 정도 까지 단상들을 이어가다가, 더 이상을 소변 마려운 걸 참을 수 없어서 화장실을 다녀오니 더 이상 단상들이 이어지지 않는다는.......ㅎㅎㅎ
말 나온 김에 시규어 로스의 음악 하나 링크 합니다. 그다지 맘에 들어하진 않을 듯 합니다만... ^^
http://www.youtube.com/watch?v=ESk10td-D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