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山

애 이야기: "개구리야 많이 커라."

海松 2010. 7. 1. 23:25

학교에서 어항에 올챙이를 키워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하게 한 모양이다. <관찰일지>도 적게 하고. <관찰일지> 문항 중에 "관찰 대상의 자람을 보고 '느낀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을 적습니다."라는 게 있는데, 애가 적은 게 볼수록 웃겨서 옮겨 놓는다.

<관찰일지>는 5월 13일에 시작해서 28일에 끝나는데, 쓸 말이 별로 없었겠지. 그래도 시키니 하긴 해야겠고, 해서, 적어놓은 말이,

17일: "올챙이도 이제 많이 자랐으니 개구리가 되라."

이렇게 '명'했는데도 아직 개구리는 안 된 듯. 그래도 제법 큰 올챙이가 된 모양인지, 20일에 적기를,

"나도 많이 크고 싶은데 너도 컷구나."(*아직 맞춤법이 엉망이다.)

며칠 뒤, 마침내 개구리로 변한 모양이다.

24일: "개구리로 자랐으니 자연에서 살면 좋겠다."

여기까진 괜찮다, '느낌'도 기특하고. 그 다음부터가 재미있다.

26일: "개구리야 많이 커라."

27일: "개구리야 만이 자랐구나."(*이날은 '많이'를 '만이'로 적고 싶었던 모양)

28일: "개구리야 많이 자라라."

얼마나 쓸 말이 없었으면 '커라' '자랐구나' '자라라'로 단어만 바꾸면서 같은 말을 계속 할까. 뭐, 사실, 어항 속에 갖힌 개구리를 매일 보면서 날마다 새로운 '느낌'이 생기기는 힘들겠지. '자란다'는 게 지금 애에게는 제일 중요한 관심사 같고. 그래도 표현력이 참 '빈약'하구나 싶은데, 점수는 후하게 받았네. 'A'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