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
Witness me!
차라투스
2016. 3. 8. 07:20
영화 '맥베스' 봤어요. 나름 걸작인 거 같더만요. 세익스피어 원작을 정극으로 영화한 거라 많이 지루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도(?) 제가 나이 먹은 티를 내느라 대사 하나하나에 괜히 울컥울컥(응?)했던 탓에 뜻밖의 좋은 감상 기회를 가졌었네요.
근데요. 보는 내내 또 다른 영화의 이미지가 자꾸 떠오르는 겁니다. 장르가 판이한 두 영화 이미지가 겹쳐서 영화보는 내내 혼란스러웠죠.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겹치는 주제가 하나 있더군요. '광기' ..... 바로 '인간의 광기' 란 것요.
'매드 맥스' 시리즈는, 말 그대로 '미친 Max'가 나쁜 악당을 무지막지하게 때려부수는 액션 영화 시리즈입니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에는 미친 Max보다 더 미친 놈들이 등장합니다. 워 보이 War Boys가 바로 그들이죠. 전사로 키워진 이 친구들은 폭력을 찬양하고 스피드를 숭배합니다.
특히 '수직'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합니다. 은빛 스프레이를 뿌려 창백해 보이는 입술을 한 채 '수직'의 높은 장대 위에서 적의 차량으로 뛰어들며 자폭을 합니다. "Witness me!"를 외치면서요.
Witness me!
영화에서는 "내 용맹을 기억하라!" 정도로 번역되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정확한 표현은 "나를 지켜본 후, 내가 얼마나 용맹하게 죽음을 맞이했는 지를 증언하라!" ...정도가 되겠네요.
그네들은 평상시 모여서 이렇게 외칩니다. "발할라에서 영생하리라!" 발할라 Valhalla는 북유럽 신화의 최고 신 오딘이 거주하는 장소입니다. 오직 전투로 사망한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곳이죠.
나찌 소년대원, 6.25 학도병, 일본 가미카제, IS 폭탄테러 .... 등등은 물론이고, 이념에 따른 권력 투쟁, 혹은 종교 광신도의 집단 자살 등에서도 쉽게 봤던 장면입니다. 비슷한 논리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었더랬죠.
'광기'에 관한 한 미셀 푸코를 빼놓을 순 없죠. 책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책 뒤적이기도 싫어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 푸코는 이런 말을 했더군요.
"아름다움은 추함을, 부는 빈곤을, 영광은 치욕을, 앎은 무지를 은폐한다."
"광기란 역사의 문제이며, 이성은 우리를 조용히 혹사시켰다."
결국, 사람들이 '광기'와 '광인'을 규정짓고 배척했던 것은 '이성 중심 사회에서의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 라는 식으로 푸코는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푸코에게 '권력'이 의미하는 바는 익히 아시는 바입니다.
이런 말도 했더군요.
"화가와 시인들의 기발한 착상은 광기의 완곡한 표현이다."
푸코의 정의에 따르면, 보쉬가 대표적 사례겠죠. 물론, 미켈란젤로 램브란트 피카소를 포함한 모든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 역시 어찌보면 광기를 완곡히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요. 미술이라는 형식을 통해서요.
달랑 영화 두 편 감상한 주제에 너무 멀리 간 듯 합니다만, 여하튼, '수직'은 인간의 광기를 의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