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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이미지 ... 그 강렬함 1.

1. '땅콩 회항' 사건으로 유명해지기 전, 조현아를 직접 본 적 있습니다. 해외원정 출산 파문으로 언론에 등장할 때였죠. 하와이 쇼핑몰에서 KAL 지점장을 만나 인사하던 중 차 뒷자석에서 내리는 조현아를 봤습니다. 여장부 ... 스타일이더군요. 듬직한 덩치에 여유있는 표정으로 목례하는데, 그리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호감을 가질만한 인상이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군요.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습니다. 가진 자들의 얼처기 없는 행위에 사람들이 공분했죠. 저 역시 그 공분에 합류했고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유명한 '마녀'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고개 숙이고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10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순간 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 찍힌 사진이겠죠. 기자는 독자들의 격한 감정에 맞춰서 이 사진 한 장에 여러 이미지를 담고 싶었나봅니다.  표독한/사악한/섬뜩한/저주하는 .... 등의 어떤 단어를 사진의 제목으로 붙여도 어울릴 법한 그런 이미지를요.

정말 조현아가 사진 찍히는 저 순간 표독스럽게 쳐다본 걸까요? 아닐 겁니다. 저는 이 사진은, 한마디로, '악질적'이다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찍은 사진인데, '기레기'란 단어도 덩달아 떠 오르더군요. 과장된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것이 저널리즘의 본성은 아니겠지요.


2. 사진이 던져주는 강렬함에 크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1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 공식석상에 나타난 박근혜 사진을 보면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 이 해맑은 표정이라니 ....

저는 혹시 담화문 발표 후 하룻밤을 못넘기고 박근혜가 자살 할까봐 걱정했는데 .... 자살하면 절대 안되는데 ... 자연스럽지 못한 죽음은 이미지를 변질시키는데 ..... 감옥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치욕을 당해야 하는데 ... 그래야 올바른(?) 이미지가 정립되어 역사적 교훈으로 남기게 될텐데 ..... 등을 걱정했던 제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그런 해맑게 웃는 표정이었습니다.

느낌이 확~ 오더군요. 이 사람, 이 사건의 중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구나! 아래로 끌어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겠다!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오래 버틸 것이고, 결국 상당수의 시민들이 다칠 수도 있겠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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