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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山

내 생활

아침 7시쯤에 일어난다. '알람'을 맞추어 놓지만 그 소리에 바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그 직전에 깨지만 '알람'이 울리면 끈 후 몇 분 더 누워 있다 일어난다.

아침 밥상을 차린다. 밥은 자기 전에 해놓았고 먹을 반찬도 미리 생각해놓고 자는 터라 밥상을 차리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그러는 사이 P와 애가 일어난다.  

아침을 먹고나면 P는 애와 나간다. 애를 차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P는 대학 도서관에 간다. 요즘은 영어수업도 듣는 모양이다. 

이불을 개고 청소를 간단히 한다. 1주일에 하루는 빨래를 한다. 목 디스크 치료를 위해 체조를 잠깐하거나 산보를 하기도 한다(자전거를 사면 타고 다닐 생각이다).

책을 보거나 글을 끄적인다. 아직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수요일은 1시 40분, 나머지 날은 2시 40분, 학교에 애를 데리러 간다.
학교에 가면 애는 조금 더 놀겠다고 하고, 나는 하릴없이 멀둥/빈둥대면서 애의 놀이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집으로 바로 오거나, 애 학교 옆에 있는 공원에 간다. 같이 축구나 농구를 한다.

집에 걸어온다. 나 혼자 걸으면 10분, 애랑 같이 걸으면 2-30분쯤 걸리는 거리다.

집에 오면 애 간식을 주고, 애는 텔레비젼을 본다.

옆에서 같이 텔레비젼을 보거나 가벼운 책을 읽는다.

저녁 준비를 한다. 준비를 하고 있으면 P가 온다.

저녁을 먹는다.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밥과 찬거리를 준비한다. 그러는 동안 P는 애에게 영어공부를 시킨다.

애랑 같이 놀거나 따로 논다.

10시쯤 애랑 같이 자리에 눕는다. 애를 재우고 일어날 때도 있고 그냥 같이 잘 때도 있다.

이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생활이다, 똑같이 반복되는(4월부터 애가 테니스와 축구를 배우러 다니면 오후 시간표가 조금 달라질 것이다).

토요일은, 지금까지는 별 일 없이 집에서 빈둥대며 보냈다. 3월 중순 무렵까지는 토요일, 거의 언제나 비가 왔다. 이제부터 10월말까지는 비 한방울 안 온다니, 어딘가 나다니게 될 것 같다.

일요일은, 교회에 간다. 교회에 있다 오면 오후 늦은 시간이 된다. 그 다음날 준비로 한 주가 끝난다.

앞으로 남은 11개월 역시 이런 생활이 거의 똑같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우울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별다른 생활을 한 것도 아니지만.

다른 게 있다면, 담배가 없다는 것. 어쩌면 이게 나의 '우울'에 제일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생활을 할 게 뻔해 보였던 '외유'를, 그래도 '부럽다'고 한 누군가에게,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하루 생활을 적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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