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
우리 "동무"들의 정치적 견해가 제각각 다르므로 괜한 갈등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여기에 쓰고 싶진 않은데
제가 머무는 곳에는 대화를 나눌만한 상대도 없고 해서...
짜증이 난 몇가지 단상만 주절주절 늘어볼까 합니다.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변적으로 파생되는 단상을 정리해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무리하게 단정지어가며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은 제 수준이 낮아 그러하니 좀 이해해주시고....
최근에 인터넷을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터라
잘못된 정보에 기초했을 수 있음도 감안해 주시고.
(영화 <그을린 사랑>의 한 장면입니다. 소련제 소총에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저 총구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1. "더 이상의 기대를 접겠다"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일련의 지식인 계층 혹은 진보여론에서 쓰이는 말 중에 제가 엄청 짜증내는 표현입니다. 그게 또 다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군요.
통진당의 당권파 문제....., 민노당이 둘로 갈라질 때 이미 충분히 제시되었던 문제였었죠. 불가피하다며 다들 분당을 환영했습니다만, 지방선거 패배 등으로 연결되자 오히려 분당해 나갔던 진보신당을 그 패배의 주범으로 낙인 찍었었죠. 몇개월 전 노심조 3인이 주도되어 통합진보당으로 합당을 추진할 때, 결국 잔류한 진보신당 멤버들은 시대착오적인 사람들로 몰아갔고요.
야권연대를 그렇게 환영하던 지식인/진보여론이 이제 그 야권연대 주축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군요. "더 이상의 기대를 접겠다"구요. 아 띠바.... 열렬히 환영할 때는 언제고, NL주사파 문제를 전혀 몰랐었던 것처럼 뒷북치는 건 뭐란 말입니까? 이제 와서 왜 돌팔매질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날리면서 더 이상의 기대를 접고 있는지...
예컨데, '진영 논리'의 최선두에서 큰 몫을 하던 조기X교수가 트윗을 날리길 "벌써 사라졌어야 할 수구세력들이 새누리로 이름만 바꿔 과반수의석을 확보하는 데에는 남한 내 주사파들의 기여가 크다.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적대적 공생관계로 질긴 생명을 유지하는구나" 랍니다. 나는 오히려 이 양반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다름아닌 바로 교수님같은 분이 한겨레 신문/나꼼수 등의 매체와 협작하여 그 한쪽 극을 키우는데 많은 역할을 한 건 아니었냐구요.
"진보적"인 "지식인"이 뭘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지만.....태도적인 측면에서는, 우~~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며 깨달음을 얻고 늦게나마 그걸 대중에게 알려주는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퍼뜩 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최근 몇개월간 진보적이지 못한/지식인적이지 못한 유명 진보지식인들을 참 많이 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마녀 사냥
소위 말해지는 "당권파"는 거의 악마수준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최근의 서울시장 결과까지 연이어진 "승리"는 당권파와 민주당계 이인영의원 등의 소수가 진행한 연대의 합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NL계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열심히 뛰었을지 짐작이 됩니다. 근데, 이제 그 성과물들은 다 무시되고 마녀 사냥의 대상으로 몰려가는 분위기로군요.
실제 일어났던 '마녀 사냥'과 관련해서는 많은 분석이 있습니다. 카톨릭측의 타락과 개신교의 종교개혁 운동 등으로 무너져가는 교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진행했었다든가, 혹은 민간 의료를 핍박하여 종교적 의료를 활성화시키고 돈을 벌기 위해 했다던가.... 등등요.
하지만, 대부분의 마녀 색출 작업은 종교단체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하죠. 마을 구성원들이 자체적으로 그 동네의 마녀 색출에 나섰다고 하더군요. 종교단체는 마녀 판정과 재산몰수를 담당했었답니다. 십자군 전쟁 등으로 피폐해진 생활고를 이겨내는 "정신 승리"의 일환으로 대중들의 마녀 사냥이 이뤄진 거겠죠. 종교단체는 이를 이용하며 어부지리를 취했을 뿐이고요. 아감벤의 용어 "호모 사케르"를 연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당권파가 보여주는 행패에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 마녀사냥을 진행하는 여론몰이에 점점 더 눈이 갑니다.
당권파를 몰아낸다고 가정하더라도, 다가오는 대선에서 패배할 확률이 아주 높은 상황인데, 과연 대중의 "정신 승리"를 위해 또 어떤 식의 마녀사냥이 등장할런지요.
3. 나꼼수와 당권파의 동시성
나꼼수가 몰매를 맞는가 싶더니 통진당 문제로 어영부영 넘어가버린듯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총선 패배에 나꼼수가 끼친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기껏 접전지역의 몇 개 의석을 놓쳐서 과반수 확보 실패에 한 몫을 차지했다 정도라고나 할까요. 패배의 주범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비키니 사건 등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인해 그 의의가 퇴색하긴 했지만, 특히 젊은 여성층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것은 대단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나꼼수,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김어X이 일으킨 그 팬덤 현상과 연결하여 당권파의 문제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구체 논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 진보진영에서는 암묵적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염두에 두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미국식 양당제를 염두에 두고 여권/야권으로 분리하는 듯 합니다. 어차피 "계급 논쟁"이 사라지고 "민주주의 논쟁"이 주축이 된 마당에, "반 MB" 등으로 저쪽 편을 비민주주의적인 것으로 우리편을 민주주의적인 것으로 규정짓는 것은 거의 패착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번 총선 패배와 관련하여 갖가지 분석이 많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결국 언젠가는 패배할 수 밖에 없는 뭔가를 내재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민주주의적인 것"으로 진영 논리를 펴나간다면, 우리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것을 갖춰나가야 할텐데.... 그러한 내부성찰과 변화없이 쭉 이어져온 것이 바로 나꼼수 팬덤과 통진당 당권파 문제로 드러난 듯 싶네요. 조금만 심각하게 내부문제를 언급해도 "조중동에게 이용당한다"는 말.... 숱하게 들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당권파가 사용하고 있는 어투고요. 나꼼수 팬덤의 주축이 젊은이들이고 이번 통진당 폭력사태의 주축도 역시 젊은이들이라는공통점을 보이는 것도 신기하구요.
우연히 겹친 이러한 동시성....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노심조 3인 外
사진을 보면 코가 찡합니다. 뭔 잘못이 있다고 저리 두들겨 맞고 핍밥당하고 있는지요.
근데, 한편으로는 좀 떨떠름합니다.
솔직히 노심조 3인의 성향이나 그 추구하는 바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제가 잘 모르는 대단한 뭔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핍밥당하는 진보의 '영웅'으로 추대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열우당 출신의 유시민은 열외로 하더라도, 노심조 3인이야 말로 민노당으로부터 분당할 당시의 주역인데 정말 당권파의 특성을 몰랐던 걸까요? 그걸 몰라서 다시 통진당으로 합쳤다면 멍청한 거고, 잘 알면서도 통합에 임했다면.... 좀 ......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상황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야권이 연대하지 못하면 패배한다는 것을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서 충분히 학습했던 터고, 분당의 책임이 진보신당으로 몰리는 와중에 본인들의 활동반경도 자꾸 축소되었을 것이고, 일부 진보언론/사회단체 등의 통합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었겠죠. 합당 추진이 불가피했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어찌되었든.... 이번 사태에서 비당권파의 책임은 별로 없는 거 같으므로 여기에 대한 단상을 이어가는 것은 관두도독 하죠.
(일관성 없이 단상만 연결한 글인데, 여러 사람이 거슬리신다면... 글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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