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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문재인과의 개인적 인연]



군복무 중 부산 본가에 들렸더니 난리가 났더군요. 지방에서 올라온 작은아버지께서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상태여서요. 삼촌의 딸, 그러니까 부산대 다니던 제 사촌동생이 신발공장에 위장취업 후 노조를 결성하다 잡혀간 겁니다.

그 원흉이 바로 저란 겁니다. 제가 빨갱이 사상을 전파했기 때문이라네요. 우띠.... 그럴 능력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여하튼, 저보고 책임지라더군요.

지역활동가를 통해 노동법률사무소를 소개 받았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이 마침 본가인 보수동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습니다.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라는 곳에 들어가니 짧달막하고 야무진 사람이 보입디다.

노무현 변호사였죠. 체불임금때문에 찾아온 포크레인 기사와 상담 중이었습니다. 기사가 계속 징징(?)거리자, 말을 끊고 막 퍼붓더군요. 이런 식으로요.

"이 양반, 바보 아냐? 그러니까 맨날 당하지. 법을 통해서는 그 악질 사장에게 밀린 월급 절대 못받아요. 포크레인 끌고 그냥 사장집으로 쳐들어가요. 포크레인 밑에 드러누워요. 식칼 놓고 배 째라 해요. 악질 사장 배를 찌르든지..."

헐... 저렇게 무식하고 과격한 인권변호사라니 ....

참 강렬했습니다, 그 과격함에 담긴 진심이 느껴져서 괜히 제 콧등이 시큰거렸습니다. 노무현이란 사람의 첫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노무현 이외의 나머지 기억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사무장이나 여직원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문재인변호사에 대한 기억도 전혀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문재인 변호사와 상담했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넵. 고백컨데, 저는 문재인과 개인적 인연이라고 쓸만한 게 전혀 없습니다. 기억이 없으니까요. ㅎㅎ

이 글의 제목에 낚인 거 같죠? ^^


제가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에 대한 기억을 잃을 지 모릅니다. 만약 'Another 노무현'을 상상한다면요. 긍정적/부정적 이미지를 떠나 노무현의 그 강렬함만을 기대한다면요.

새로운 대통령 문재인을 맞이하는 심정은 다양합니다. 기대와 우려가 마구 섞여있는 듯 합니다.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저 조차도 어떤 의미의 큰 기대를 가질 정도니까요.

대선결과에 대해 어떤 이가 쓴 아래 글에 동감을 표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국사회 미래를 무진장 낙관합니다. 저력과 역동성을 믿습니다. 헛발질해서 도로아미타불 되라는 법 없지 않지만 시대의 현인들이 활약하리라."

제 나름대로 "시대의 현인들"에 대한 규정을 따로 내려보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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