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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시간'에게 잡힌 '신중함'

서양 신화에는 동양과 좀 다른 여러 종류의 신이 있습니다.

예컨데, 뒷머리가 없는 '기회의 신'이 그러합니다.

앞머리만 있기에, 주저하다가 앞머리 잡을 기회를 놓치면 그냥 날려보내게 된다구요. 잡을 뒷머리가 없는데다, 등과 발에 날개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놓친 아쉬움을 옛사람들은 이렇게 타자화된 인물로 표현한 거겠죠.

'시간의 신'도 있어요. 아우어스(Hours)라고 하는데, 이 또한 삶에서의 아쉬움이 잘 묻어나게 표현됩니다. 때론 여성의 모습으로 때론 남성의 모습으로 드러나는데요, 품페이 벽화에 그려져 있다는 작자 미상의 '시간의 신'을 보고 감탄한 적 있어요.



시간의 신이 "꽃을 딴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 전에 말씀드린 "화무십일홍" 혹은 "화양연화"의 동양적 의미, 즉 삶의 덧없음과 비슷한 걸까요? 아니면 시간이 주는 감사함이나 따뜻함을 서양식으로 표현한 걸까요?

살짝 들린 왼발꿈치에 눈길이 갑니다. 맘 내키면 다른 곳으로 훌쩍 가버릴 듯한 느낌을 줍니다.


남성의 형태로 묘사된 시간의 신 역시 두 발을 모은 상태에서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훌쩍 날아가버릴 듯한 느낌이 드네요. 지금 잠시 머물고 있는 곳도 고대 폐허여서 황량하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제가 몹시 헷갈렸던 그림도 있어요. 두 명의 여신이 있습니다. '시간의 여신'과 '신중함의 여신'입니다. 한 여신이 또 다른 여신을 잡고 있습니다. 누가 누굴 잡고 있는 걸까요? 신중함이 시간을? 시간이 신중함을?

 

'신중함'이 '시간'을 잡고 있답니다. '신중함의 신'은 도상학적으로 찾기가 쉽습니다. 좀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얼굴이 뒤통수를 차지하고 있죠. 한 손이나 허리 춤에는 뱀이 있습니다. 거울을 꼭 들고 다닙니다.  


저 그림 속의 왼쪽 여인도 그런 전형성을 갖고 있네요.


(시간의 신을 도상학적으로 표현하는 건 좀 복잡하고 철학적입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상징으로는 '낫' 과 '모래시계'가 있습니다만, 저 그림 속 시간의 신은 커다란 지구본에 한 발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신중함의 신' 앞가슴에 달린 거울은, 통상의 경우 달리, 상대방인 '시간의 신' 얼굴을 비추고 있네요. 신중함과 시간의 복잡한 관계를 유추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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