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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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와 세상사로 잠깐 예민해진 차라투스를 위해, 회사 일과 연애와 애들 일로 평온이 드물 범부를 위해, 요즘 술자리가 뜸한 지 발걸음을 끊은 해송을 위해, 마땅한 게 별로 없는 세상에 태어나 곤조를 지키며 살아가느라 허덕일 백지를 위해, 그리고 애랑 놀 때 말고는 사는 게 그리 명랑하지 못한 나를 위해, 신경림의 <낙타>를 긁어와 올린다.
요즘 자주 들어가는 <창비문학블로그>에 시를 읽어주는 난이 있는데, 시들도 좋지만 시를 읽어주는 사람의 이야기들도 좋더라. 여유 있으면 한번 들어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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