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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山

차라투스의 가르침을 그리워하며 읽고 있는 책들

차라투스가 바쁘니 이곳도 한산해지네. 지금은 정신없을 터이니 차분히 출국준비나 잘 하고, 나중에 자리 잡으면 다시 ‘주옥같은 글’을 자주 접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로크 미술을 어떻게들 보는가 싶어 처음 읽은 책이 이택광의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이다. 요즘 인문학계에서 한창 뜨는 말빨 중 하나인데, 그가 몇 년 전에 쓴 이 책은 진중권의 <교수대.....>---앞 부분을 조금 읽다가 읽기를 관두었지만---보다는 낫지만 배울 게 그리 많은 건 아닌 것 같네. 그냥 쭉 한번, 가볍게, 읽어 보는 것으로 족할 책. 하지만 대중적으로 뜨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발랄함이나 몇 대목에서의 예리함 같은 건 있는 책. 그리고 역시나 공통적인 점으로, 온갖 잡지식을 슬쩍슬쩍(깊숙하게 들어가서 말하면 안됨!) 짬뽕해서 엮어나갈 수 있는 글재주와 재치가 있는 책. 그래서 누구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같네.

그 다음 보려고 빌린 책---돈이 없어 다시 '빌려보기' 모드로 들어갔네---은 신준형의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인데, 이건 전문가가 쓴 책다운 느낌이 팍 오네. 무게감이 있다. 배울 게 있겠다는 생각. 언제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이런 책을 보려면 전철을 타야 하는데^^).

현대미술 쪽은, 그림을 봐도 뭔짓거리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전혀 댕기지 않았는데, 그래도 뭔짓거리인지는 좀 알아야 되겠다 싶은 생각이 있어 차라투스에게 가르침을 청했던 것. 내가 몇 년 간 관계했던 미술창작집단의 작업도 거의 다 설치미술이나 추상(아니, 이런 걸 ‘개념미술’이라 해야 하나?) 쪽이었는데, 그게 다 ‘관념’이 우선하는 작업이 아닌가 싶었고, 그럴 바에야 굳이 ‘창작’을 왜 할까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게 참 무식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자각도 생겼고. 하지만 두꺼운 책은 볼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정우가 쓴 <세계의 모든 얼굴>이라는 아주 얇은 책이 있길래 빌려서 읽고 있는 중. 현대미술과 관련해 권할 책이 있으면 소개 부탁.

루카치의 미술론도 좀 볼까 싶었는데, 초기미학에서는 하나로 완결된 글이 있는데, 후기미학에서는 미술 관련 발언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네. 제대로 공부하려면 천상 미학 전체를 다시 읽는 수밖에 없는데, 이건 나중에 할 일로 좀 미루어두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