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작성
초등학교 6학년인 큰 딸 하윤이와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딸 하진이는
닮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습니다.
한 부모 사이에서 만들어진 딸들인데, 여러모로 다른 점이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성(性)과 관련된 반응들이 그렇습니다.
저는 딸과 목욕을 함께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두 딸이 성에 대한 느낌을 갖는데 집안의 유일한 남성인 아빠가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교보재가 되는 것을 감수하는 거죠.
하윤이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될 때 까지 함께 욕조에서 놀았습니다.
‘특이하다’ ‘좀 지나치다’는 주위의 반응들도 있었지만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 하윤이가 전혀 스스럼없는 반응이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하윤이는 알몸으로 아빠와 함께 목욕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고,
아빠의 신체적 특성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아빠가 있는데도 홀딱 벗은 채 거실을 활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인가부터 서로가 시도하지 않게 되면서 함께하는 목욕은 끝났습니다.
아마 5학년 쯤 되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런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둘째 하진이는 달랐습니다.
서너 살 되었을 때부터 자기와 다른 아빠의 신체적 특성에 대해 눈길을 주었습니다.
샤워하는 아빠를 바라보며 ‘그게 뭐냐?’고 묻기도 하고,
생김새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하기도 했었죠. (하진이의 첫 평은 '*같다'였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부터는 함께 목욕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하진이가 목욕하고 있을 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응(?)을 하고,
내가 목욕하고 있을 때 급한 볼 일이 생겨 화장실에 들어온 하진이는
아빠의 벗은 몸을 의식했습니다.
(하윤이는 내가 샤워하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
자기 볼 일을 보면서 아빠와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하진이는 아빠한테 안기거나 장난을 치다가
아빠의 몸 가운데 특정 부분에 밀착되면 곧바로 반응합니다.
짓궂게 손을 뻗어 겨냥하는 시늉도 합니다.
어쨌든 의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언니인 하윤이는 보이지 않았던 면입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니, 두 딸의 차이를 받아들이며 지켜볼 뿐입니다.
나는 가능한 시기까지 교보재로서의 역할을 다하면 되는 것이고요.
어느 날인가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하진이가 문을 빼꼼히 열고는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사뭇 표정이 진지해서 샤워를 계속하며 가만히 두고 봤습니다.
그랬더니 말을 겁니다.
“아빠. 그게 뭐야?”
“응? 뭐?”
“그거... 앞에 있는 거”
“이거? 고추잖아. 고추 몰라?”
“아니...고추는 알지... 그거 말고 고추 뒤에 있는 거...”
“응...이거? 이건 아기 집이야.”
“아기 집?”
“응... 여기에는 나중에 아기가 될 씨들이 모여 있는 곳이야.”
"그래?"
그러더니 곧바로 매우 의아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근데 그게 왜 필요해?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내가 태어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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