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지 못하는 성모 마리아
- 늙지 못하는 성모 마리아
몇 번 말씀드린, 그림 속 성모 마리아 이미지들입니다. "못하는"이라는 수동태를 사용한 것은, <프로파겐다 미술> 연재 때 언급했다시피, 그림이 프로파겐다 용도로 사용되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미지에 대한 그림읽기 해볼까 합니다. "힘 쎈 성모 마리아" 이미지 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이래 행해진 "추악한" 사건은 기독교가 직접 관여하거나 결정적인 이론을 제공했었습니다. 마녀사냥, 십자군, 나찌 학살, 흑인 노예제 등이 그러했습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연출했음에도 여전히 기독교의 기세는 크게 꺾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3세계로, 약자에게로, 소수자에게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해방 신학' '여성 신학' '민중 신학' 등으로 불리면서요. 해방자, 정치적 순교자로 받아들임은 물론 '흑인 예수' '여성 예수'로 생성되기도 합니다.
사회가 다변화되는 와중에 등장하는 새로운 소수자들은, 어쩌면 이제껏 '진보'의 논리를 제공해오던 맑시즘으로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종교의 포용성이 그 진보의 새로운 주류가 될 가능성은 이미 역사적으로 여러차례 증명되었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이성적 사고가 주류를 이룬다하더라도 종교가 사라질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어느 진화생물학자의 농담을 빌리자면, 후세에 곤혹한 상황에 처한 서양인들이 "아이고, 하느님 아버지시여!" 대신에 "아이고, 찰스 다윈 할배요!"를 외칠 가능성이 없다는 거죠.
본론을 끌어내기 위한 서론이 길었습니다.
서양에서는 고결한 사상을 인격화시키길 좋아합니다. 예전에 '신중함'이란 개념이 어떻게 의인화되는지를 언급한 적 있습니다.
저 '신중함의 신'의 특징이 뱀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Y누나의 석사 논문에 의하면 용/뱀/사자는 각각 생명/구원/개혁을 의미하는 여성 상징이었습니다. 즉, 남(男)신이 아닌 여(女)신으로 표현된 저 '신중함의 신'이 뱀과 함께 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거죠.
우여곡절 많던 기독교 역사에 큰 변화가 일어난 때가 있습니다. Y누나의 논문 일부를 옮겨봅니다.
그녀는 그리스도론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주의에 의해 왜곡되는 가장 결정적인 단계는 그리스도 교회가 로마제국의 제국종교로 국교화되었던 4세기에 일어났다고 본다. (중략)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에 의해 승인을 받은 이후, 로마 제국의 상속자가 된 교회를 정당화하는 이른바 "정치적 그리스도론"이 대두되었다. 로마의 통치를 가리키는 말인 팍스 로마나(Pax Romana)는 "팍스 크리스티아나(Pax Christiana)로 대치되었고, 예수는 로마제국 황제의 모습을 따라 변형되어, 가난하고 버림받은 자들의 벗이 아니라 황제, 법의 선포자, 재판관, 우주, 세계의 주님, 만물의 통치자로 제시되었다.
논문에 언급된 방식에 따라 재현된 '황제 예수' 이미지가 서양 회화에 상당히 많습니다만, 이건 다음 기회에 읽겠습니다. 재밌는 건, 이에 따라 성모 마리아도 '황제의 어머니'로서 재현된다는 겁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그림에서 보이죠. 뱀(구원) 또는 용(생명)을 밟고 있는 성모 마리아입니다.
(계속)
뱀다리 1) 해방신학 등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정통 가톨릭인 교황청으로부터 고운 눈길을 받지는 못합니다. 남미의 해방신학이 쇠퇴하는 와중에는 백주대낮에 신부들이 살해되는 등의 험악한 기록들이 있습니다. 이는 독재정권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교황청의 입김이 보태어져 있다고 하죠.
뱀다리 2) 나찌 탄생 과정에서 왜 독일 좌파들이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는지, 나찌 지도부가 기독교, 특히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빌헬름 라이히의 <파시즘의 대중심리>에도 조금 언급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구입하고 읽으셨기에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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