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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천사 3 - 몰래 훔쳐보는 곳 Peep Show

빔 벤더스의 또다른 영화 <파리, 텍사스>에는 천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근데, 천사를 본 듯 했습니다. 여주인공 나스타샤 킨스키의 역할이 바로 그런 느낌을 줬더랬습니다.


앞서 소개한 <Poison Ivy>에서 드류 베리모어가 강렬한 붉은 옷을 입고 나와 천사와 악마의 양면을 보여줬듯이, 나스타샤 킨스키 역시 붉은 옷을 선보입니다.

붉은 옷은 도상학적으로 천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푸른 옷이 성모 마리아의 상징이듯이요. 아래 <수태고지> 작품 속 색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푸른색과 붉은색의 만남은 인간과 하늘, 육과 영의 만남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림 왼쪽 에덴동산의 천사도 역시 붉은 옷을!)


저 영화 속 화면의 배경은 핍쇼(Peep Show)가 진행되는 환락가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 여자의 쇼를 관람하는 관음의 장소입니다. 지금 거울 저편 어두운 곳에는 나스타샤 킨스키의 남편이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볼 수 있지만, 아내는 남편을 볼 수 없죠.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말없이 떠났다가 뒤눚게 다시 찾은 남편입니다. 환락가에서 돈벌이하는 아내지만, 그에겐 천사같은 이미지입니다.

가족의 사랑과 방황이라는 주제가 던져진 이쯤에서,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제 단상은 이어집니다.


진화생물학에 의하면, 인간이 사랑이란 걸 하게 된 건 "사악한 이유" 때문이라죠. 남성의 '유아 살해'를 막기 위해서였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임신과 양육 중인 암컷은 수컷의 발정을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수컷은 암컷이 가진 새끼가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는지 알 수 없기에 새끼를 죽여버리고 강제로 자기 DNA를 주입하는 행위가 자주 발생한답니다.

이런 유아 살해를 막는 진화가 있었다죠. 예컨데 난교를 통해서 수컷 DNA 주인의 정체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방식입니다. 모계사회라고 통칭되는 구조를 유지하는 일부 동물들이 그러하답니다.

뇌가 발달한 인간의 경우에는 "사랑"이라는 개념을 발명해서, 남자가 그 사랑의 힘으로 배우자와 자식을 돌보게 만드는 식으로 진화되었답니다. 모성애/부성애뿐만 아니라 남녀의 사랑조차도 진화생물학은 잔인하게 규정해버리네요.


그런 "사악한 이유"로 제게 "사랑" 받고있는 딸애의 기행문 일부를 다시 옮겨봅니다. 예전에 올렸었던, 초딩 6학년짜리가 썼던 글입니다.


"보티첼리의 그림들! 아~ 다 유명한 그림들인데 그 중에서도 <마니피캇의 성모>에서 천사들이 특히 너무 예뻤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이 그림이 천사들을 가장 예쁘고 착한 존재로 표현한 것같다."

"특히 왼편에 머리를 모으고 있는 세명의 천사들이 가장 예뻤다. "

"그중에서도 눈을 살며시 감고 다른 두 천사들을 껴안고 있는 천사는 무슨 자식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어머니 같았다. "


성경 속 천사는 하나님 말씀을 전달코자 합니다. "전달자"라는 어원을 지닌 천사답게 여러가지 것들을 전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제 딸이 보티첼리의 그림을 감상하며 느꼈던 모성애로 상징되는 그런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그게 성경에서처럼 신성한 개념이든, 혹은 진화생물학에서처럼 사악한 개념이든간에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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