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 본점 복귀 예정이던 직원이 불시에 통보해왔습니다. 퇴사하고 이민 생활을 시작하겠다고요. 귀국 막판에 터진 일이라서, 일단 불똥이 저에게 튑니다.
"맨날 실실 웃기만 하고 직원들 '정서 관리'를 제대로 못하더니, 이번 일도 지점장의 관리 능력 부재로 인해 ......"
한국 직장 관리자의 전형적인 "정서 관리"를 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니 ... 이건 뭐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근데, 한편에서 저를 위로하는 반응들도 있습니다.
"네가 다 책임 질 필요는 없다. '로얄티(Loyalty, 충성심)' 약한 사람을 해외로 파견 보낸 사람들의 잘못이 더 크다."
흠 ..... Loyalty 라니....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단순 논리의 자본주의 시대에 중세 냄새가 팍팍 풍기는 Loyalty라니 .....
Loyalty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중세의 기사를 떠올리게합니다.
기사들의 귀부인에 대한 구애, 그리하여 Loyalty라 불리는 행위가 칭송받는 이야기는 무지 많습니다. 그 귀부인이 유부녀란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직속 상관인 왕이나 영주의 아내에게까지도 구애를 합니다. 그 구애는 은밀해야하고, 거절 당하더라도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10년, 20년이 지나 할머니가 되더라도 그 구애는 지속되죠.
기사들의 그런 구애 방식은 하나의 문학 장르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그림으로도 숱하게 묘사되었죠. 대표적인 사례로는, 바로 위의 그림에서 묘사된, 아서왕의 신하 중 한 명이었던 랜슬롯이죠.
왕비인 기네비어에 대한 흠모의 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래의 영화포스터에 보이듯이, 그로인한 아서왕-기네비어-랜슬롯의 3각 관계와 갈등은 꽤나 흥미로운 예술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기독교가 그네들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에,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라는 교리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런 황당한(?) 구애 방식이 널리 칭송받는 것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또한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성모 마리아 숭배" 사상과도 연결된다는 거죠.
이러한 분석은 성부/성자/성모를 동시에 인정하는 '삼위일체'론이 확정되는 시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 아주 그럴듯 합니다. 삼위일체론 확정 전후의 종교화가 변화되는 걸 살펴 보는 재미도 솔솔찮습니다.
귀부인에 대한 기사의 Loyalty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그로 인해 그 당시 여성의 위상이 아주 많이 향상되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소수자는 차별받기 십상인데, 오히려 그 종교적 행위로 인해 상대적 소수자였던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에 봉건적 의미의 'Loyalty'가 공존하는 상황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제가 가진 가치관에도 역시 이런 상충된 개념이 존재할 확률이 아주 높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즘의 핫이슈는 바로 '인권'이 아닌가 싶습니다. 페미니즘이나 성/사회 소수자 등의 논쟁뿐만 아니라 진보/보수의 일부 논쟁도 '인권'에 대한 개념 정립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권'이라는 거 .... 절대적 기준이 없는, 그야말로 시대/상황별로 예측불허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개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시기라면, 우리 최소한 이 정도까지는 서로의 인간적 가치를 인정해주자"
.... 는 어설픈(?) 사회적 합의에 불과할 뿐이죠. 여차하면 깨지기 아주 쉬운 그런 합의요.
'인권' 이란 개념 확립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지금처럼 치열했던 시기는 아마 없었을 듯 합니다. 향후로는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고요.
그러다보니, 치열하게 살았던 인권운동가를 현대에 소환해서 봤더니 편견과 선입견에 가득찬 인간이더라 ..... 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모순되지 않게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 되기가 참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후배 직원의 이민 결정에 파생되어 나오는 여러 반응을 보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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