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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영겁의 벌 - Albatross around the neck

"현실은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아무런 대처방법이 없는 괴물"이라는 말이 있죠. 다들 요 며칠간 감정 추스리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진도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때문에요. 제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 선박 사고 및 구조 관련된 업무를 했던 터라 그 시스템을 조금 안다고 볼 수 있는데, 많이 황당한 케이스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사고이고, 결코 일어나선 안될 일이죠.

 

"수직" 이미지와 관련하여 다음 그림읽기로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 하필 사람이 바다에 빠지는 그림이었던 탓에,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괜한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기도 했구요. 이 와중에 산이 형이 알바트로스의 이중적 의미에 대해 언급하셨길래,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을 옮겨 봅니다.

 

산이형이 댓글에서 언급했듯이, 알바트로스는 '행운'을 상징하기도 하고 '고난'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목에 걸린 알바트로스 (albatross around someone's neck)"라는 식으로 쓰이면 "평생을 붙어다니는 영겁의 벌" (daum 사전)을 의미한다는데, 이는 서구의 고사와 어느 시인의 시에서 유래된 은유적 표현이라네요.   

 

영문학도답게(?) 시의 원문 일부를 옮겨 봅니다.

 

Ah! well a-day! what evil looks
Had I from old and young!
Instead of the cross, the Albatross
About my neck was hung.

 

시인은 오래 전부터 전해오던 뱃사람 이야기에 근거해서 저 시를 썼다고 하죠. 알바트로스는 유럽의 뱃사람들에겐 죽은 이의 영혼을 상징했답니다. 배 근처를 날아다니며 배와 선원들을 보호하는 신성한 존재로 받아들여졌겠죠. 근데, 어떤 선원이 선박 주위를 날고 있던 알바트로스를 총으로 쏴죽였나봐요. 구세조(鳥)를 죽인 것으로 인해 선박이 침몰하는 저주를 받을 것을 염려한 다른 선원들이 벌을 내리게 되는데, 죽은 알바트로스를 그 선원의 목에 거는 거였답니다.

 

 

 

시(이야기)가 유명해지면서 "albatross around someone's neck는 회개받지 못하는 저주를 뜻하게 되었나 봅니다.

 

여하튼, 알바트로스를 목에 건 저 선원은 이로 인해 평생을 저주받는 셈이 되겠죠. 희생양을 찾는 제의적인 면도 보이지만, 감당못할 위험이 도사린 바다란 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뱃사람들의 맘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나 많은 회화와 조각이 보이는 군요. 

 

 

 

진도 여객선 침몰과 관련한 albatross (영겁의 벌)을 목에 매달고 살아야 마땅한 가해자, 혹은 매달고 살 수 밖에 없는 피해자는 과연 누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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