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라투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이산형은 잘 도착했수?
오랜만에 다들 술 한 잔 나누셨고?
아직 만나지 못했으면 4월 말쯤에 저도 끼워서 다같이 모이죠. ^^


요즘 그리스가 시끄럽네요.
구라파쪽에서는 한국인과 성향이 가장 비슷한 민족이 그리스 민족이라던데.....
외적의 침입을 받으면서 짓밟히며 살아온 것도 비슷하고...
그래서 요즘 그리스의 폭동이 남의 일 같기도 하고, 우리 일 같기도 하고...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스인 조르바" , "나나 무스꾸리"....등등으로 쭉 이어지겠죠. 이곳에 와서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는데, 정말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민족인가 봅디다.  

그리스 노래 중에 가장 유명한 노래라면 역시, 전통 악기가 사용된 민요 풍의 노래<기차는 8시에 떠나네>겠죠.

한국에서는 소설가 신경숙이 번역하고 조수미가 불러서 유명하기도 합니다만, 아그네스 발차의 원곡이 주는 애절함도 그 못지 않죠.

그 당시 그리스의 반외세/반독재 투쟁의 의미가 담겨있는 터라 더 유명해지기도 했더랬죠.








(신경숙 번역판이 아닌) 원곡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차는 8시에 떠나갔습니다
카테리니를 향해
11월은 카테리니행 기차를 기억하지 않고서는
지나가지 않겠지요
11월이 올 때마다 카테리니행 기차를 추억합니다.
우연히 레프테리 에서 우조를 마시고 있는 당신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밤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오지 않겠지요
당신은 비밀을 안고 그것을 아는 자를 추억합니다                                     
밤은 다른 장소에는 찾아오지 않겠지요                                                
 
기차는 8시에 떠나갔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흘로 카테리니의 초소에서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마음을 비수처럼 찌르는 안개 속에서
당신은 홀로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k8Kt6AZS8KQ

가사가 있는 원곡이나 조수미판은 따로 찾아보시도록 하시고,
저는 경음악으로만 잔잔하게 깔리는 동영상을 링크합니다. 즐감하시고.....

이해를 돕기 위해 딴사람이 쓴 글을 짜깁기해서 아래에 덧붙입니다.



<짜깁기>

그리스의 음악의 산 역사로서 음악의 거장 Mikis Theodorakis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작곡을 하고 메조 소포라노로 유명한 아그네스 발차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신경숙이 번역하고, 조수미가 부른 노래은 어느 여인이 11월 어느 날 8시에 기차역에서 카테리니로 떠난 연인을 그리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기차역에서 카테리니로 떠나 그 곳에서 뭔가의 비밀 임무(독립 또는 저항)를 수행하고 있는 연인을 그리며 서로 다짐을 하는 비장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때는 11월의 어느 날 오전 8시, 그 사람이 떠나고 난 뒤로는 소식도 없고 그를 보낸 여인은 11월에 기차역에 나와 이별하던 그때를 회상합니다.

테오도라키스가 감옥에서 이 노래를 작곡한 것을 보면 후자의 내용이 원래 버전인데 아마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일반적인 연인의 이별에 대한 회상으로 바뀐 것으로 보면 정확한 것 같습니다.  
테오도라키스는 중산층과 지식인들이 외면하던 그리스 민족음악의 정수인 민요 렘베티카를 많이 작곡하였습니다. 기차가 8시에 떠나네 이 노래도 렘베티카이며 그리스 민속악기 부주키의 선율이 애절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테오도라키스는 많은 영화에 주옥같은 음악을 남겼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로 멜리나 메르꾸리 주연의 <일요일은 참으세요>와 <페드라>(국내에는 '죽어도 좋아'라는 이름으로 개봉), 안소니 퀸 주연의 <희랍인 조르바>, 이브 몽땅 주연의<계엄령> 등이 테오도라키스가 맡은 음악입니다.

신경숙의 소설 '기차가 7시에 떠나네' 의 제목도 바로 이 노래와 관련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은 이 노래가 제목이 '기차가 8시에 떠나네' 인 줄 알면서도 디스크 자키(DJ)에게 늘 '7시' 로 적어서 이 노래를 신청하였는데 이 시간이 야학에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들만의 모임의 시간을 알리는 암호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