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와 노조의 갈등에는 아랑곳없이 농성장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외부세력'들로 북적인다. 홍대 본관 1층 유리창에 붙은 전지에는 농성에 필요한 먹을거리와 후원금을 보낸 이들의 이름이 수북하다. 쌀부터 김치, 라면, 과일, 전기장판, 손난로 등 종류도 다양한 물품들이 고령의 나이에 찬 바닥에 누운 조합원들의 추위를 잠시 잊게 한다.
총학생회의 간담회가 이어지던 10일 저녁 7시에는 혹한의 추위에도 150여 명의 시민과 조합원들이 홍대 정문에서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간 홍대 인근 한 음식점에서는 홍대를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트위터리안'들의 번개 모임도 마련됐다. 신문 광고부터 후원 기금까지 다양한 지원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40여 명이 서울 각지에서 모였다. 그 중심에는 농성 초기부터 노조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영화배우 김여진 씨가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프레시안(김봉규) |
-홍대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본인 트위터를 통해 많이 알려졌는데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4대강 사업 같은 이슈를 꾸준히 이야기했다. 최근엔 무상급식 이야기도 많이 했고 기사도 나오더라. 홍대 청소 노동자 농성은 내가 현장을 방문하고 당사자를 뵙고 할 정도로 일이 커질 줄 몰랐다(웃음). 사실 기사화가 된 지도 몰랐는데 팔로 수가 2배가 된 걸 보고 화제가 된 걸 알았다.
-대학 시절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학내 문제보다는 밖으로 나갔다. 청량1동 철거지역에서 주로 있었다. 공부방도 했었고, 빈활(빈민현장활동)도 했던 '전적'이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학교 졸업하고 이날 이때까지 전혀 상관없이 살았다(웃음). 고작해야 투표를 할까 말까 할 정도였다. 안한 적도 꽤 된다.
-지지 방문을 할 정도로 홍대 사태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어렴풋이 기억나기로는 서울대 청소 노동자 싸움이 있었고, 연말에 한 청소 노동자가 1인 시위를 하던 광경을 본 적 있다. 밥 먹을 공간도 없고, 청소를 마쳐도 손 씻을 곳이 없어 지저분한 손으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사진을 봤을 때 마음이 참 그렇더라. 얼마 전에는 동국대 청소 노동자들이 삭발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들이 쌓이고,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홍대 사태를 보고 빵 터진 셈이다. 또 하나는 총학생회 문제도 있다. 모든 화살과 비난의 중심에 총학생회가 서 있다. 그 친구들이 하는 이야길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총학생회 역시 비난을 힘겨워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들의 논리라기 보단 학교의 논리에 가깝다. 학교가 그런 말을 굳이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건, 설사 자기 생각처럼 이야기 한다고 해도 결국은 학교 논리다. 민주노총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말 이해는 간다. 운동권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당선 됐으니까.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침묵을 지키는 학교, 그리고 학교 교수들이다. 내가 교수라면 입장을 떠나서 그들에게 '이럴 필요 없다, 뒤로 물러서라'라고 하겠다. 진정으로 제자를 아낀다면 '너희들이 왜 자꾸 이야기하고 나서 비난을 자초하느냐, 이러지 말고 학교와 노조 양측이 직접 대화하도록 빠져있어라'라고 말해야 한다. 지금은 어른이 애들 앞세워 뒤에 숨는 격이다. 그걸 보면서 정말 화가 났다. 어머님들은 지금 학교와 대화하는 게 급선무지 총학생회와 함께 연대할 것인가를 결정할 상황이 아니다.
-가깝게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협상 당시 한 연예인이 '청산가리' 발언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에 부담을 느낀 적은 없나?
크게 느낀 적은 없다. 연예인이란 게 일이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사랑 받을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사회적 발언은 그게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에 연연한다고 인기를 얻는 것도 아니고. 만의 하나 이렇게 발언해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럴 땐 학생들에게 물었던 '너의 학습권과 그들의 생존권 중 어느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란 말을 나에게 던져보면 된다. 캐스팅 한 번 더 되느냐 덜 되느냐와 어머님들의 생존권 중 뭐냐 중요한 지는 확실하다. 어른이 못하면서 애들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겠나.
-오늘 모인 트위터리안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대 방안을 만들 건가. 아울러 홍대 사태의 바람직한 해결 방향은.
어제 밤에 트위터로 대화하다가 '모금을 빙자한 연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한번 볼까요?'라는 얘기가 나왔다. 촛불 집회가 있는 날이어서 집회에 갈 이들을 끌고 온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오늘 모인 이들이 꼭 집회를 갈 분은 아니고…그래서 '날라리 외부세력'이라고 이름 붙였다(웃음).
앞으로는 일단 가볍고 즐겁게 해보려 한다. 첫 의견이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는 걸 목표로 모금 해보자는 거였다. 안 되더라도 과정 자체가 신날 것 같다. 일일호프도 열고, 어머님과 문화제 열어서 강강술래도 하고. 어떤 트위터리안은 만화를 그리겠다고 하고, 다른 이는 배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잠깐 모였는데도 아이디어가 쏟아지더라.
홍대 어머님들은 적어도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승계가 됐으면 한다. 학교 측이 새로 용역업체 선정에 들어갔다는데, 최저가 입찰을 하면 또 최저임금 언저리의 임금을 받게 될 테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알릴 계획이다. 노조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머님들이 노조 아니면 기댈 데가 어디 있겠나. 그들끼리라도 뭉쳐야 하는 거 아닌가.
-본업에 지장은 없나?
사실 오프라인 모임은 오늘 밖에 시간이 없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 이달 31일에 끝나면 5월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주말마다 공연이 있다. 다음달 10일엔 영화 <아이들>이 개봉하고, 3월엔 방송 활동도 시작할 계획이다. 설마 이번 일 때문에 못하는 일은 없겠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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