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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松

책 읽기

신문은 아침에 읽기에 좋은데, 아침이 세상이라는 현실세계로 들어설 것을 일깨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된장국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기분은 나지 않는다. 잡지는 현실세계에 관련되어 있긴 하지만 조금 거리가 있는 오후에 읽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해가 기울수록 강해지는데, 침대에 기어 들어갈 무렵에 가장 강해진다. 침대에서는 시집보다는 산문이 어울린다. 현실에서 손을 떼고 마음놓고 별세계에서 노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
아침의 복닥거리는 통근 전철 안에서 독서가 어울리는 것은 아마도 같은 이유 때문이리라. 재미있는 책은 불쾌한 현실을 의식에서 쫓아내준다.’


- 요네하라 마리의 <문화편력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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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닥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다보니, 특히 마지막 구절이 다가오더라.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알게 된 사람.

아버지는 일본공산당 간부.
그래서 어린 시절을 프라하의
소비에트국제학교에서 보냈고,
러시아어 통역가로 평생 독신으로
산 여자.

그가 쓴 책을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지
몰라도,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아는 유일한 일본인 저술가이자
유일하게 좋아하게 된 사람이다.
2006년에 난소암으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