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샀다.
고민한 첫 번째 이유는 출판사 때문이다.
얄밉도록 ‘될 만한’ 책을 잘 골라서 내는 이 출판사가 내는 책은
웬만하면 사 주지 않으려고 한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내 마음이 그런 걸 어쩌겠나.
두 번째 이유는 책을 소개한 기사들을 읽어봤을 때
그렇고 그런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샀냐고?
‘정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리주의와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논거로 가져다댄다고 하니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게다가 이 책이 지금 무지하게 팔린다고 한다.
왜 그런지 그것도 궁금했다.
읽어볼만한 책이다.(어떤 책이든 그렇지 않은 책이 얼마나 되겠냐만...)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딱 좋을 만큼.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밀, 칸트, 롤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체계를
실제 사례를 통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은 크다.
핵심은 그가 주장하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정의’에 대한 부분이다.
그의 정의론은 매력적이지만 즉각적으로 그것의 현실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고,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지난한 싸움을 해야만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시대적 흐름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정의에 목말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긴 하다.
샌델 교수의 교수방법은 신선하다.
이런 방식의 교수법은 배워야 한다.
우리도 서구의 철학자들에 대해 배웠지만,
그냥 어떤 주장을 했다고 배웠을 뿐이지 그 주장들이 특정한 사회문제에 대해
어떻게 적용되는지 배우지는 못했다.
우리 교육이 그런 식이다.
이 책이 많이 팔려나간다는 사실은,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과 사유의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의 측면이 있다.
서구 정치철학사의 궤적에서 나타나는 무슨무슨 주의를 통해 정리해가는 정의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이미 이전에 다른 방식으로 정리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조선시대의 주자학과 양명학 등에서 말이다.
그런 철학들이 체계화되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지금 떠올리지 못할 뿐인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구 정치철학과 우리나라에서의 그것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또 하나, 대중의 흥미를 끌만한 분야가 아닌 정치철학을 다룬 책이
이렇게 많이 팔린다는 현상도 흥미롭다.
칸트와 루카치를 가지고 씨름하는 이들도 희망을 가질 지어다.(퍽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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