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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낯설게 하기 2.


(10여년전 런던 데이트모던 미술관에 설치된 애니쉬 카푸어의 엄청나게 큰 작품 <마르시아스> 앞에서 열린 연주회. 아폴론의 계략에 넘어가 악기 연주 대결에서 패한 뒤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진 마르시아스 이야기에 착안한 작품에 대해, 미술관측에서 미술과 음악을 연계한 전시)


원래 쓰려던 내용 ("낯설게 하기") 을 잠시 뒤로 미루고, 그간 산이형이 몇차례 질문했던 문제를 잠시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왜 현대 미술은 '이미지' 등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자기들끼리만 노는 폐쇄적이고 황당무계한 '개념'으로 넘어가버렸을까?"에 대한 제 의견을 밝힌 후 글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사실,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야만 제가 쓰고자 했던 내용이 장황해지지 않을 법하고, 또한 한번은 제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부 빡세게 한 사람이 정리해도 책 한 권은 쉬이 넘어 갈 내용입니다만, 2~3회에 걸쳐 간략하게 제가 이해했던 것을 정리해보죠.

그렇지만, 앞에 옮겨놓은 "이긍, 똑똑했던 척이 하고 싶으셌쎄용"이라는 그림을 보자마자 느꼈듯이, 아주 상당히 많이 민망한 상황입니다. 향후 언급될 철학자들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에 기존의 짜집기와는 또 다른 얄궂은 글이 될 가능성이 99.9%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OOO가 .....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라고 쓰는 것도 이상할 듯 싶어 그냥 잘 알고 있는 척할 예정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Hine형이나 산이형의 추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수전 손택은 당시 뉴욕에서 한창 진행되는 '해프닝'을 지켜 본 후, "해프닝에서는 관객이 바로 희생양이다." 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왜 관객을 희생양으로 만들면서까지 그렇게 급진적으로 예술이 변해야만 했었는가에 대한 제 추정이 결국 이 글의 주제가 되겠네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용어부터 몇가지 정의토록 하죠.


'현대미술'은 크게 2개로 구분됩니다. 근세에 들어서면서 미술계의 흐름이 워낙 빠르다보니 수많은 사조를 만들며 연결시키다 지쳐서 이제는 간략하게 두개로 구분해버리게 된 거죠. 

- 모던 아트 (Modern Art)
- 컨템퍼러리 아트 (Contemperary Art, 동시대 예술)
 
세잔/피카소/마그리뜨/클레 등의 작품은 "모던 아트"로 분류하여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헤프닝과 퍼포먼스로 상징되는 '컨템퍼러리 아트'는 대략 1960 이후의 미술을 의미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컨템퍼러리 미술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기치를 따르고 있는데, 고전적 표현방법에 대한 극복과 새로운 기법의 출현으로 상징됩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계속 언급될 현대미술은 "컨템퍼러리 아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하죠. 


'미술 (혹은 예술)'이란 용어 그 자체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편의상, 지난 약 200년간의 작품만을 미술로 인정토록 하겠습니다.  그 이전의 사람들이 생산한 물건들과 이미지를 현재의 문화로 차용한 것만을 현대적 의미의 미술로 간주한다는 거죠. 예컨데 <모나 리자>는 미술로 간주하지 않고, <아비뇽의 처녀들>은 미술로 간주하겠다는 겁니다.

논쟁을 피하기 위해 그 근거를 잠시 언급하죠.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 만들어진다 하다라도 그것을 모두 미술작품으로 인정하긴 어렵습니다. 최근 200년간 나타난 현상들, 즉 미술관/박물관에 전시/보관되고 경매/화랑 등을 통해 판매가 이루어지고 대중매체 내에서 복제되는 과정을 통해 그 중요성을 확보하여 변형된 것들을 미술작품으로 인정코자 합니다.


"제의가치 그 자체는 오늘날에는 아예 예술작품을 숨겨 간직하려는 경향이 농후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떤 신상(神像)은 신상 안치소에서 사제들만 볼 수 있고, 어떤 성모상은 거의 1년 내내 베일로 가려져 있으며, 또 중세 성당에 있는 어떤 조각품은 지면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몇 가지 예술 활동이 제식의 품에서 해방됨에 따라 그 생산물이 전시될 기회가 증대한다" ('훌륭한 번역본'에서 인용)

즉, 벤야민이 말하는 '숨겨 간직하려는 경향이 농후한 (일부 사람들만이 필요성에 의해 즐기거나 활용하는) 제의가치'에 치중된 작품은 여기서 언급하고자하는 미술에서 제외되는 거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었던 작품들까지 미술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면 그 범위는 훨씬 더 넓어지겠죠. 예컨데, <천지 창조> <최후의 만찬> 등, 서양에서 죽음과 관련된 종교적 동기에서 만들어졌던 많은 작품들은, 작품 그 자체로서라기 보다는 (죽음을 인정하는 용도로, 혹은 죽음을 인정토록 강요당하는 용도라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활용되었으므로 제외합니다. 동양의 경우를 살펴보면 단청/탑/백자/민화 등도 생활의 일부분에 해당되므로 현대적 의미에서의 미술에는 제외되겠네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족을 달자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의가치만 있던 작품이라하더라도 지금은 미술로 인정됩니다. 벤야민식으로 표현하자면 전시가치를 획득하게 된 거죠. 다만, 전 작품 제작 당시 상황에만 주목하여 미술을 규정한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한국에서도 전시회가 열렸던 것으로 기억되는 안드레 세라노의 작품들. 뭔가 황홀하고 경건한 종교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 보입니다만, 실제론 예수상이 오줌통 속에 잠겨있는 사진입니다. 오줌통 속에 잠겨있는 예수나 성모?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감이 잡히시죠?)


 

이런 용어 정의 하에서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미술이 개념으로 넘어갔던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향후로는 지금보다 더더욱 급진적/해석적으로 변해가리라 추정된다는 겁니다.

 

배불뚝이 아저씨 아도르노가 말했듯이, 현대의 미술은 철학과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현대 미술의 '개념'은 철학적 사유와 필연적 연관성을 지니게 되는 거죠. 이를 크게 두 관점에서 풀어나가겠습니다.

- 외부적인 요인 (사진/인쇄술의 발달, 시민혁명, 유럽과는
또 다른 환경의 미국 등)
- 내부적인 요인 (철학적 관점의 수용)

중간중간, '미술'의 전조를 보였던 작품들을 삽입하여 간단하게 그림읽는 방식으로 논리를 뒷바침하도록 하죠. 


                                                                                            


버뜨(but), 기대하진 마시길... 서론만 쓰고도 벌써 지친 상황이므로 중도포기할 가능성 또한 99.9%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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