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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풍자와 조롱 (Banksy)

 

'나꼼수'의 풍자와 조롱을 이야기하다보니 생각난 화간데요, 재미있는 화가 한명 소개해 드리죠. 뭐 유명해서 다들 알고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늘 소개드릴 화가는 영국의 뱅크시(Banksy)라는 사람입니다.

그래피티(Graffiti, 거리 미술 또는 낙서화)라면, 역시 브룩클린의 담벼락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검은 피카소'라는 별명의 바스키아 (Jean Michel Basquiat, 1960~1988)가 먼저 떠오를 겁니다. 하지만, 뱅크시는 그 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생존 화가입니다. 전 못봤는데, 한때, 아래의 '쥐벽 그림'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한창 진행될  때 국내에서도 언론에 뱅크시가 덩달아 많이 거론되기도 했답니다.

 

 







우선 뱅크시의 작품을 몇 점 보도록 하죠.




뭐 이런 정도의 낙서(?)들이야, 화가의 기발함/비틀기/오마주 등으로 이해하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버릴 수가 있겠죠. 하지만, 뱅크시 낙서화의 장점은 역시 조롱과 풍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컨데,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죠.




 

바스키아와 뱅크시가 크게 구분되는 것 중의 하나는, 제도권으로 화려하게 진입했던 바스키아와 달리,  뱅크시가 여전히 '익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거리의 화가로 남아있죠. 왼쪽 사진에서와 같이 익명성은 뱅크시의 상징이죠.

바스키아와의 또 다른 차별성을 보이는 것은 '관점'입니다. 바스키아아 '자신'이라는 개인에게 집중하며 예술적 성취도를 높였다면, 뱅크시는 평화/환경 등으로 주제를 확산시킵니다. 거기에는 풍자와 조롱이 필연적으로 따라붙게 되죠.














물론, 본의 아니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운동'적인 차원에서는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루었는지는 제가 잘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쥐벽 낙서' 정도의 의미라도 거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별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네요.

다만, 설령 뭔가 성과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 상업적 성공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그러한 의미는 묻혀버리지 않았을까 추정은 됩니다. 제가 얼마 전에 벤야민의 글을 몇구절 옮기면서 잠시 썰을 풀었듯이, 미술계의 포식성과 상업성은 정말 무시무시하거든요.

얼마 전, 뱅크시는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는 국내에서도 상영했었답니다. 근데, 제목이 기가 막힙니다.  "Exit through gift shop (선물 가게를 지나서 출구)". 미술관에서 관람 이후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곳을 지나야 미술관의 출구가 나온다는, 미술관 건물 구조 자체도 현대 미술의 상업성을 여지없이 드러냄을 보여주는 제목이죠.



아랫글에서 '나꼼수'와 관련하여 산이형과 잠깐 대화를 나눴습니다. 팩트를 전제로 깔 경우, 조롱과 풍자라는 것이 얼마나 가공할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같은 의견입니다. 

다만, 바스키아나 뱅크시의 그림이 그들의 의도와 달리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작품을 위해 벽을 통째로 뜯어가서 보관하는 현상까지 생기는 걸 봅니다. 아직은 SNS를 기초로 '나꼼수'가 대박을 터뜨리는 걸 즐겁게 지켜봅니다만, 상업화된 낙서화와 같은 어떤 부작용이 생기지나 않을 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데, 나꼼수의 내용 중 일부가 SNS를 통해 단발적인 몇십자의 단어와 느낌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맹신화'의 부작용같은 것들요. 이건 어찌보면 나꼼수의 부작용이 아닌, SNS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들은 큰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아래글의 댓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마치 NL/PD논쟁이 한창일 때 NL계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그런 막막한 공포심을 느낍니다. 혹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만) 민노당 이정희 대표의 글의 행간에서 가끔 읽히는 맹목성 같은 것들.... 솔직히 겁납니다. 같은 도로 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큰 거리감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선거 치루시느라 고생들 하셨어요. 모두 다 투표권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맘 고생들이 심하셨으라 익히 짐작되기 때문에요.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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