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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딸의 이탈리아 여행기

(최근 엄마랑 함께 유럽에 다녀온 딸의 여행기록 중 하루를 골라, 원작자의 저작권을 무시하며 이곳에 올립니다. 원문 중간 중간 등장하는 암호와 같은 표현을 원작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해석하여 고쳐 썼습니다. 여행기에 언급된 그림이 많은 바, 이곳 블로그에 삽입할 그림의 선정은 ... 기준같은 거 전혀 없이 그냥 대충 대충 했음을 참조하시고.)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드디어 갔다 !

우피치 !

우헤헹~ 오늘은 신나는 날 ^^
드디어 자랑이가 처음으로 우피치 미술관을 갔지요. 물론 오늘 피렌체를 떠나서 다신 안오지만..흐흐흑..

어쨌든 어제 충분히 잠을 자 두어서 그렇게 졸리지만은 않았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호텔 아침을 먹고 바로바로~ 시뇨리아 광장에서 놀다가 우피치 미술관 Go Go !

얼마 전부터 책을 읽으며 대충이라도 호기심을 가지며 읽긴 했었다 그중에 읽은 후에 보고싶은 그림들이 많았는데 오늘 한 번 꼭 다 보고싶었다. 미술관 가는 도중에 분장한 큐피트 아저씨에게 1유로 드리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입구를 못찾아서 좀 당황했는데 영차영차 찾았다. 우피치는 워낙 사람이 많아서 예약을 했음에도 조금 기다려야 했다. 큰 미술관이랍시고 별별 검사들도 많이 했다. 으이그~ 훔쳐가라고 해도 안 훔쳐갈테니 걱정 마셩~
 

 그리고 우피치 미술관에 들어갔다. 아~ 근데 너무 큰 거 있지. 3층까지 있는데 나같은 길치는 그런 곳에서 엄마 없으면 바로 길 잃는다. 우리는 끝에서부터 시작했는데 바로 유명작 <라켓을 든 소녀>가 나왔다.

 우힝힝~ 샤르댕이라는 화가가 소녀를 너무 예쁘게 그려 놀랐다. 다음 유명작은 렘브란트의 자화상이었는데 책에서랑 다르게 더 잘생겨보였다.ㅋ 

아! 그리고 우리가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초상화를 너무나도 섬세하게 잘 그리는 화가 브론치노의 작품을 봤는데, 뭐 잘 아는 것은 없지만 딱 보는 순간 정말 잘 그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옷 소매자락 하나까지 정말 섬세하게 잘 그린 것만 같았다. 엄마는 이 귀족 여자의 얼굴에 감탄했다. ㅋㅋ
 

 (이 그림 찾아 올리면서 내가 중얼거렸죠. "오잉? 이 그림을 그린 브론치노가 <비너스와 큐피트, 시간과 사랑의 알레고리>를 그린, 매너리즘의 대표 화가인 그 브론치노야?" 그러자 집사람이 옆에서 쐐기를 박네요. "직접 보지 않았으면, 매너리즘 화가들의 그림에 대해 감히 흉 볼 생각들 하지 말라 그래") 

그 다음의 그림들, 파르미지아니노의 <긴 목의 성모>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랑 <플로라>까지! 다들 정말 여자를 잘 그린 듯했다. 특히 <우르비노의 비너스>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는데 따져보면 그럴만도 했다. 정말 비너스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나체로 누워있는 포동동한 비너스가 관객을 향하여 빛나는  피부로 살며시 쳐다보고 있으니 정말 여신이다.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성모> 역시 예수와 마리아를 너무나 잘 표현해서 인상 깊었고, <엠마오의 저녁 식사>에서는 책에는 안 나와있던 왼쪽 모퉁이의 개와 오른쪽 모퉁이의 고양이를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성스러운 알레고리>는 어린 성인들이 너무나도 귀여웠고 그 뒤에 있는 것들이 무엇을 표현하는 지 궁금했다.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 역시 그림이 아름다웠다. 미켈란젤로의 <성가족>은 뒤에 못생긴 사람이 세례자 요한이라 황당했고, 뒤러의 <아버지의 초상> 역시 책과 함께 재미있게 이해하면서 봤다.

 한스 멤링 그림들 속의 사람 눈은 현실적으로 그려졌고,

 보티첼리의 그림들! 아~ 다 유명한 그림들인데 그 중에서도 <마니피캇의 성모>에서 천사들이 특히 너무 예뻤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이 그림이 천사들을 가장 예쁘고 착한 존재로 표현한 것같다.  

 특히 왼편에 머리를 모으고 있는 세명의 천사들이 가장 예뻤다. 그 중에서도 눈을 살며시 감고 다른 두 천사들을 껴안고 있는 천사는 무슨 자식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어머니 같았다. 나도 천사들 같이 예쁜 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들은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 많이 봐와서 식상했다. (예 : <봄>, <비너스의 탄생>)

마지막으로 세명의 유명 화가들이 그린 <마에스타>도 되게 인상 깊게 봤다. 막판에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세 작품을 분석해봤는데, 치마부에와 두초의 그림들은 마리아가 웃고 있는 모습이나 앉아있는 모습, 그리고 천사들의 모습이 많이 비슷했다.  

 천사들은 마리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4;4 아님 3;3으로 서 있으면서 마리아를 경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토의 그림에서는 마리아의 양옆으로 사람의 수가 같지 않아서 더 자연스러웠고 오히려 고개를 들고 있으니 더 경배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치마부에와 두초의 그림에는 고개를 들고 있는 천사가 거의 없었다.) 조토의 그림이 더 입체감 있었고, 평소에 난 조토가 그리는 사람들의 눈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번 마에스타를 보면서 어쩜 저렇게 사람의 눈을 아름답게 표현했을까 감탄했다. 조토의 그림이 가장 화려했고 맨 아래쪽에 앉아있는 천사들도 두초의 그림과 다르게 마리아를 정말 여신처럼 떠받드는 마음이 담겨있는듯한 진심이 느껴졌다.  

우피치에서 막판에 가져간 미술관 소개 책을 다 읽어서 엄마에게 설명도 많이 해 준 것 같다. 역시 책의 힘은 대단한 듯! 그림들, 정말 두시간 반 동안 의미있고 즐겁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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