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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천사 2 - 목 부러지기 딱 좋은 보름날 밤

제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천사는 빔 벤더스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옵니다.

베를린을 떠도는 천사는 인간들의 마음을 듣습니다. 그러기에 알고 있습니다. 즐겁게 대화 중인 사람들조차 서로 소통되지 않는다는 걸요. 인간이 외로움에 쩔어 사는 존재라는 걸요.

어느날 공중그네 타는 여인의 마음을 듣습니다. 닭털 날개를 달고 천사의 모습으로 꾸민 여인이죠. 여인은 서커스단이 해체되어 실직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보름날 밤이니 목 부러지기 딱 좋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 찍은 영화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수시로 보입니다. 장벽이 화면을 가르니 어쩔 수 없는 단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전에도 썼던 내용입니다만, 일직선이 화면을 가로질러버리는 이런 느낌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예컨데, 저 그림 속 철로는 풍경을 상하로 확 가릅니다. 철로 저 편 풍경 속으로 다가가는 걸 막아버립니다. 그래서 그의 풍경화는 건조하고 삭막합니다.

영화 <박하 사탕>에서 설경구가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곳이 바로 철로 위죠. 철로는 대개 화면 저편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으로 상상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우리네 여정을 아련하게 보여주려는 듯이요.

그렇지만, 호퍼 그림 속 철로는 "목적지, 종착지... 우리 인생에는 그딴 거 없음" 으로 못박아버리는 듯 합니다. 좀 비정하고 암담하죠.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 역시 이런 느낌을 줍니다.

서커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영원한 존재, 천사를 부러워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유한함을 알고 있는 천사는, 인간의 "지금 이 순간", 영원함에 비유하자면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그 시간을 부러워합니다.

천사는 영원히 사는 걸 포기하고 유한한 생명체 인간으로 스스로 변합니다. 그리고 서커스 여인을 만납니다. 단절이 소통으로 연결되는 듯 하지만 .... 글쎄요..... '영원'과 '찰나' 의 바뀜이란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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