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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松

존 바에즈(Joan Baez)가 불러온 옛 생각 한 자락

산이가 존 바에즈(‘조안 바에즈’라고 쓰기도 하더라) 얘기를 하니까
한 자락 옛날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자마자 마산으로 전학했는데,
그때 마산에는 직장생활을 하던 큰누나와 고등학생이었던 둘째 누나가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누나 둘에게 얹혀살았던 셈이지.

세 명이 함께 기거하던 그 방 안에 직장에 다니던 큰 누나가 마련했음이 분명한
턴테이블 하나와 LP판 몇 장이 있었다.

새로 사귄 친구도 많지 않고, 나돌아 다니는 기질도 아니어서
방에 박혀 있는 날이 많았는데,
그 판들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LP판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몇 개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앞면에는 우수에 젖은 알랭 들롱 얼굴이 실려있고,
뒷면은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해변을 달려가는 사진이 박혀 있었다.

<철새는 날아가고> <태양은 가득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황야의 무법자> 등등의 영화음악이 실린 판이었다.  

특히 <페드라>의 주제곡은 강렬하면서도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저 끼익거리는 소리는 자동차 브레이크 소린가 보다’
‘뭔 일이 있기에 저 남자는 저렇게 절규하는 걸까?’ 등등.
소년 '셈퍼'의 정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가 존 바에즈 판인데,
오른쪽 사진은 그 LP판의 앞면과 뒷면이다. 

 남미계통으로 보이는 매력적인 여성인데, 뒷면 사진은 집시풍의 느낌을 주어서 시선을 잡았다.

그 LP판을 통해 들은 노래들이 ‘The River In the Pines’,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The Wild Mountain Thyme’, ‘Donna Donna’, ‘We Shall Overcome’, ‘Plasir D'amor’, ‘Blowin' in the Wind’ 등이었지.

 구성지다고 해야 할까 간드러지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느낌의 목소리였는데,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The Wild Mountain Thyme이 가장 좋았다.

 뜻도 모르면서 들었고, 그가 ‘반전’ ‘평화’ 이런 활동을 하는 가수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됐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존 바에즈가 밥 딜런을 좋아해서 고백했다가 거절당해 크게 상심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참 어울리는 쌍이 됐을 것 같은데, 밥 딜런은 왜 거부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것도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을...

양희은씨와 비교되기도 하던데,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글쎄...

오늘 인터넷 검색하다보니 한 때 스티브 잡스와 연인관계였다고도 하네. 나이든 모습도 상당히 매력적이구만.    

그렇다. 괜히 옛 생각에 아련해지는군.^^ 

음반실에 가면 CD 있을 거다. 산이에게 하나 구워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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