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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

고시원 2.


주위를 기울여보면, 인간의 몸에선 참으로 여러가지의 소리가 난다. 한마디로, 인간은 꽤나 시끄러운 동물이다. 김검사의 성격은 그야말로 예민한 편이어서 내가, 아니 나의 몸이 아주 작은 소리를 내기만 해도 불쾌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는 했다. 예를 들어 끄응, 이라던가 아니면 벽을 딱, 하고 때린다거나. 그럴 때마다 나는 깜짝. 이 또한 여지없이 접촉이 나쁜 형광등처럼 불안한 파장으로 몸을 떨고는 했다.

결국 나는 소리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 뒤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화 되었고, 코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 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 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피... 쉬..

온순한 한 마리의 열대어와 같은 가스를 - 아무도 없는 좁은 방 안에서 - 엉덩이 한쪽을 최대한 잡아당긴 채 - 조심조심 방류하다보면 - 나는 늘 가족들이 보고싶거나, 아니면 머리속에 <그리운 금강산> 같은 노래를 조용히 떠올리곤 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여간에 <그리운 금강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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